삼각자와 마우스 1. 1980년 봄 고등학교 건축과를 입학하여 처음 준비물이 T자, 삼각자, 스케일, 샤프펜슬이었다. 샤프펜슬도 당시로서는 시절이 좋아져서 그 덕분이고, 직전까지만 해도 연필을 사용하였다는 선생님의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설계제도 수업 시간이 되면 트레싱페이퍼를 지급받아 도면을 그린다. 합판으로 만든 제도판 위에는 템플릿(일명 빵빵이), 일정한 모양을 지우기 쉽도록 만든 지우개판, 지우개똥과 연필가루를 쓸어내는 빗자루가 놓인다. 수업은 7교시까지 종일이다. 2. 1982년 여름 3학년이 되었고, 이내 설계제도 수업의 목표인 ‘건축제도기능사 2급’ 자격 시험장으로 간다. 가방에는 그동안 익숙해진 도구들 즉, T자, 삼각자, 스케일, 샤프펜슬, 지우개, 지우개판, 템플릿, 빗자루가 들어있다. 시험지와 트레싱페이퍼가 지급되고 실기시험이 시작되었다. 정신없이 도면 그리기가 이어지고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도 들리고, 씩씩거리기도 한다. 시험종료 몇 분 전이므로 마무리를 종용하는 감독관의 추궁(?)과 함께 표제란을 확인하고 마무리 한다. 휴우 ~ 우리 동기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기술입국’의 정책으로 대학 입학시험에서 ‘동일계 특차’라는 혜택을 보는 마지막 세대이다. 친구들 상당한 수가 이러한 제도를 기대하고 우리 학교를 지원하였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하루 속히 취직하여 경제적 자립이 목표였던 나에게 자격수첩이 주어지고, 여름방학을 맞아 드디어 종로2가에 위치한 어느 설계사무소에 실습생으로 취업하였다. 월급은 항 달 동안 하루에 두 그릇씩을 먹을 수 있는 일금 3만원. 3. 1989년 가을 어느덧 ‘대리’ 직급의 경력사원이 되어 ‘분당 신도시 시범단지 현상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캐드(CAD)실’이라는 특별한 방이 만들어지고, 그 요원들의 자랑을 듣고 작업과정을 들여다보니 신기하기는 한데 작업속도는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완성된 파일을 펜 플로터로 출력(프린팅) 하는데 빈번히 로터링 펜의 잉크 구멍이 막혀 재출력하거나 수작업으로 보완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그러나 그런저런 문제점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엇인가 환경변화의 속도를 직관적으로 느끼며 서부로 가는 마차에 동승하고 싶어진다. 2017년 7월. 역촌역 사무실에서 최남석 |